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평소에 독서나 공부를 하거나 퍼즐, 게임 등을 즐기며 정신적 운동을 하라고 노인들에게 권하는 이야기를 가끔씩 접하게 됩니다. 시중에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낱말 퍼즐 책, 스마트폰 게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신 활동이 실제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세계 치매 환자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치매 환자가 3배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증가하는 치매 환자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치매를 두려워 하게 된 요즘, 치매 예방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독서, 퍼즐, 게임을 통한 치매 예방 연구
2021 Robert Wilson의 연구
2021년 뉴롤로지(Neurology)에 실린 로버트 윌슨(Robert S. Wilson)의 연구에 따르면 노년기에 독서, 퍼즐과 같은 게임, 편지 쓰기와 같은 높은 수준의 인지 활동을 하면 80세 이상 노인의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5년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는 치매가 없는 80대 노인 1978명을 대상을 진행되었으며, 노년기에 거의 매일 인지활동을 하는 사람은 평균 94세에 치매가 발생하고 인지활동을 하는 빈도가 연 1회 미만인 사람은 평균 89세에 치매가 발생했습니다. 교육수준이나 노년기 이전의 인지활동은 치매가 발병하는 시기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2022 David Raichlen의 연구
2022년 8월 22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David A. Raichlen의 연구는 TV 시청과같은 수동적 인지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경우에 치매 위험이 증가하는 반면, 컴퓨터 사용과 같은 인지적으로 활동적인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치매 위험이 감소한다고 밝혔습니다.
2023 Zimu Wu의 연구
그리고 최근, 2023년 미국의사협회의 학술지(JAMA OpenTrusted Source)에 실린 연구는 쓰기, 체스 가로세로 낱말 퍼즐 등 뇌 기능에 도전하는 활동에 자주 참여하는 것이 노인들에게서 치매 발병 위험이 낮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에는 10318명의 참가자가 참여했고, 평균 연령은 73.8세, 대부분이 백인이었습니다. 문해 활동(편지 쓰기, 일지 쓰기, 컴퓨터 사용, 교육 수업 듣기)은 11.0%, 활동적인 정신 활동(게임, 카드 또는 체스, 퍼즐)은 9.0% 더 낮은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정도는 덜하지만 예술 활동(공예, 목공 도는 금속 세공 및 그림 그리기)는 7%, 수동적인 정신 활동(책이나 신문 또는 잡지 읽기, TV 보기, 음악 또는 라디오 듣기)는 7% 더 낮은 치매 위험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노인의 정신 활동은 다음과 같은 순으로 치매 예방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 1. 문해 활동(쓰기, 컴퓨터 사용, 교육 수업 듣기 등)
- 2. 활동적 정신 활동(게임, 퍼즐 등)
- 3. 예술 활동(그림 그리기, 공예, 목공 등)
- 4. 수동적 정신 활동(글 읽기, TV 보기, 라디오 듣기 등)
여기서 글 읽기가 치매 예방과 큰 연관이 없었다는 점은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만약 긴 시간의 집중력이 필요한 책 읽기와 짧은 시간 훑어보는 신문 읽기를 따로 분석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연구의 제한점과 결론
여기서 나타난 연구는 사실 역인과관계로 인한 결과일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인지 기능이 충분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독서, 글 쓰기, 퍼즐 게임을 더 즐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또한 2023년의 연구는 성별을 따로 분석했을 때 수동적 정신 활동과 치매 위험 감소와의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예술 활동과 치매 위험 감소는 5% 정도의 낮은 수준의 연관성만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정신 활동은 운동, 만남, 대화를 포함한 사회적 활동에 비해서 치매 위험 감소와의 연관성이 지극히 낮습니다.
앉아서 체스 게임을 하는 것은 삶의 즐거움의 한 부분일 수 있지만, 치매 예방을 위해서 운동을 포기하고 선택할 만큼 가치 있는 활동은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