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연마제 확실히 제거하는 간편한 방법 3단계

스테인리스 제품을 처음 구입하면 연마제를 제거해야 한다. 이 과정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서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놓기만 하고 연마제 제거를 못해서 제품을 묵혀두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마제를 제거하는 절차 자체가 복잡하기도 하고 연마제 제거 작업은 매일 하는 일도 아니라서 스텐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연마제 제거 방법을 검색해보곤 한다.

그런데 매번 검색해서 나온 결과가 서로 다르다. 그 중에는 잘못된 세척방법도 항상 섞여 있다.

누군가가 확실한 정보를 정리해놓지 않은 바람에 잘못된 정보들이 아직까지도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여기에 스테인리스 제품 연마제 제거 방법을 정확한 원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연마제란?

스테인리스 제품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을 때 사용되는 연마제는 주로 탄화규소(silicon carbide)로 만들어진다.

규소는 모래, 실리콘, 유리, 윤활유 등에 포함되는 안정된 물질인데, 탄소와 결합해서 정육면체 모양의 안정된 구조를 갖는다. 이 탄화규소는 최근 실리콘 대신 반도체의 소재로도 연구되고 있다.

단단한 탄화규소는 스테인리스 표면을 갈아낼 때 사포와 같은 역할을 한다.

스테인리스 제품을 닦아낼 때 묻어나오는 검은색 물질이 이 탄화규소다.

이외에도 주로 쓰이는 연마제로 산화알루미늄이 있다.

2022년 9월 29일 ytn뉴스에서는 국내에서 연마제는 탄화규소 대신 산화알루미늄과 스테아린산이 주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스테인리스 제품을 처음 세척할 때 검은색 물질이 항상 나오는 걸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산화알루미늄이나 스테아린산은 흰색이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를 제조하는 모든 업체가 무슨 연마제를 쓰는지 하나하나 확인할 수는 없지만 주로 사용되는 연마제는 탄화규소와 산화알루미늄이다(출처: 실리콘카바이드.com). 따라서 연마제를 제거한다고 하면 이 두 연마제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연마제 제거 이유

탄화규소는 국제암연구소가 2A 그룹으로 분류한 발암물질이다. 참고로 2A 그룹은 인체에 대한 발암 근거는 아직 부족하지만 동물 실험에서는 충분한 근거를 확인한 그룹이다. 인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이유는 사람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실험을 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반대되는 실험 결과가 있어서가 아닌 경우가 많다. 동물 실험에서 근거가 있다고 한다면 주의를 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문제는 얼마만큼의 양이 어느 정도의 발암 가능성을 가지느냐인데, 그것은 너무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확언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왕이면 발암 물질을 피하는 것뿐이다.

산화알루미늄은 인체에서 곧바로 배출되기 때문에 무해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는 굉장히 무책임한 말이다. 당장 알루미늄이 치매와 관련이 깊다고 하는 연구결과가 여럿 있으며, 알루미늄이 체내에서 곧장 배출된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노출은 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알루미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이 글에서는 여기서 마무리하겠다.

잘못된 세척 방법

우선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잘못된 세척방법부터 소거하자.

1) 끓이지 않고 세척하기

물질은 보통 온도가 높을 때 팽창하고 온도가 낮을 때 수축한다. 스테인리스 표면 사이사이에 쌓인 연마제를 제거하려면 물을 넣고 충분히 끓여 온도를 높이고 표면을 느슨하게 하여 연마제가 잘 빠져나오게 해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연마제 제거 방법을 소개하는 다른 글에서는 물을 끓이지 않고 연마제를 제거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잘못된 방법이다. 그렇게 연마제를 제거하면 당장은 검은 가루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표면의 굴곡 사이에 연마제가 틈틈이 숨어있다.

물을 넣고 끓이는 과정이 워낙 귀찮다보니 그것을 한번에 해결해줄 제품을 찾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가열하는 것 말고는 스테인리스 표면 사이에 낀 연마제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만약 끓이지 않고 연마제를 제거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광고하는 제품이 있다면 그 제품은 가짜다.

2) 베이킹소다와 식초 섞기

연마제 제거 방법을 설명하는 블로그에서 아직도 많이 보이는 게 끓인 물에 베이킹소다와 식초(or 구연산이나 과탄산소다)를 섞으라는 얘기다. 연마제를 제거할 때뿐만 아니라 설거지, 빨래, 욕실청소 등 무언가 세척해야 할 때 항상 단골로 등장하는 꿀팁이다. 하지만 알칼리 성분인 베이킹소다와 산성 성분인 식초를 섞어버리면 중화되어 그 효과를 상실한다. 정보성 글에서 꾸준히 이 둘을 섞지 말라고 하는데도 매년 사라지지 않고 등장하는 잘못된 정보다. 언제까지 이 정보가 인터넷에 남아있을런지 궁금하다.

3) 베이킹소다 물에 풀어 사용하기

베이킹소다는 오염 물질을 흡착하기 위해 사용한다고들 한다. 가루 상태의 물질은 표면적이 넓어 굳이 베이킹소다가 아니라도 뭔가를 흡착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베이킹소다만이 가진 특별한 성능이 아니라서 베이킹소다 대신 숯을 사용해도 효과는 비슷하다.

그런데 연마제를 제거하기 위해 베이킹소다를 사용할 때는 보통 물에 베이킹소다를 풀어버린다. 그렇게 해버리면 베이킹소다는 물에 완전히 녹아 가루 상태에서 가지고 있던 연마나 흡착 효과를 잃는다.

베이킹소다가 물에 녹으면 수산기(OH-)를 만들어 농약, 산성 물질, 금속 이온 등을 흡착하긴 한다. 하지만 베이킹소다는 약염기이기 때문에 합성세제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산기를 만든다.

즉, 연마제를 제거할 때 베이킹소다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연마제 세척 절차

이제 현실적인 연마제 제거 절차를 알아보자. 아래 세 단계만 따르면 된다.

  • 1) 식용유로 닦기
  • 2) 식초 넣고 20분 끓이기
  • 3) 세제로 세척하기

1) 식용유로 닦기

탄화규소는 물보다 기름에 잘 섞이는 소수성 물질이다. 때문에 키친타올에 식용유를 묻혀 내부를 닦아주면 탄화규소를 꽤 많이 제거할 수 있다. 이때 너무 힘을 들여 닦기보다는 키친타올을 교체해가며 여러번 닦는 것이 효율적이다. 힘으로 제거하지 못하는 것은 다음 단계에서 제거하면 된다.

2) 식초 넣고 20분 끓이기

식초 대신 구연산, 과탄산소다 등의 산성 물질을 사용해도 된다. 이들은 알루미늄과 결합하여 산화알루미늄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식초의 양은 산화알루미늄과 모두 반응할 정도면 충분하므로 많이 넣을 필요는 없다.

끓일 때는 최소 20분 정도 시간을 들이는 것이 좋다. 스테인리스는 열전도율이 낮아 열팽창을 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가 팽창하면 표면의 틈에 있던 연마제를 더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3) 세제로 세척하기

마지막으로 세제로 설거지하여 식용유에 녹은 탄화수소, 식초가 분해한 산화알루미늄을 제거하면 된다. 세제는 계면활성제가 들어있어 물질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서로 섞이게 만든다.

이때 찬물보다는 따뜻한 물에서 설거지하는 게 좋다. 찬물을 사용하면 기껏 팽창시켜 놓은 스테인리스가 다시 수축하기 때문이다.

연마제 제거를 위한 팁

  • 첫째, 겉면은 크게 신경쓰지 말자. 겉면은 음식이 닿는 부분도 아니니 모든 표면을 닦으려고 용쓰지 말자. 오래 사용하고 설거지 하다 보면 충분히 제거된다.
  • 둘째, 한꺼번에 세척하자. 하나 구입하고 하나 세척하기에는 너무 수고스럽다. 결국 장만하게 될 것 같은 제품은 미리 생각해보고 한번에 구입하고 한번에 세척하는 게 낫다.
  • 셋째, 세척이 쉬운 제품을 사자. 후라이팬을 예로 들자면, 접합부 나사가 튀어나와 있거나 표면에 무슨 복잡한 무늬가 있는 제품들이 있다. 그런 제품은 연마제를 제거하기도 쉽지 않고 음식물이나 기름때를 제거하기도 매우 어렵다.

지금까지 연마제 제거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연마제를 제거하는 게 귀찮은 일은 맞지만 최대한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고 간소화하여

좀 더 건강하고 좀 더 수월하게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