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와 수유부가 커피를 마시면 안 되는 이유 6가지

임산부는 뱃속 아기를 챙기느라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꽤나 많은 음식 섭취를 제한하곤 한다. 하필이면 임산부가 먹을 때 주의해야 하는 음식들은 보통 우리에게 지친 일상의 즐거움이 되는 것들이다. 술, 커피가 그렇다.

술에 비해서 커피는 훨씬 덜 위험해 보이기는 한다. 미국, 영국, 유럽보건당국은 하루 200mg,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300mg 이하의 카페인 섭취는 괜찮다고 권고한다.

임산부라도 집에서 내려먹는 커피 한 잔 정도는 매일 마셔도 괜찮다는 말인데 과연 그럴까?

커피가 임산부의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

성인의 경우 카페인은 간에서 사이토크롬 P450 효소에 의해 대사된다. 이 효소 시스템에 의해 보통 성인의 카페인 반감기는 5시간 정도지만, 임산부는 임신 후기로 갈수록 카페인 제거 속도가 느려져서 카페인 반감기가 약 18시간까지 증가한다. 태아는 아예 영아기까지 이 효소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이렇듯 임산부와 태아에게서 카페인은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태반을 쉽게 통과하는 카페인은 카테콜라민 수치를 증가시키며 이것은 태반 혈관을 수축시키고 태아 심박수를 증가시켜 태아 산소 공급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미 1980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설치류에서 카페인으로 유발된 기형 유발 효과에 대응하여 임신한 여성에게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도록 경고했으며,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되는 식품 첨가물 목록에서 카페인을 제거할 뻔 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권고는 웬일인지 훨씬 완화되어 있다. 한국 식약처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300mg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유럽식품안전청(EFSA), 영국 국립보건원(NHS)는 하루 200mg의 카페인은 태아에게 문제가 없고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2020년 영국 의학저널(BMJ)에서 제임스(James)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권고안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에서 지난 20년 동안 1261개의 논문을 추려 48개의 관찰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임신 중 카페인 섭취는 유산, 사산, 저체중, 소아 급성백혈병, 소아과체중과 비만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섭취량이 많을수록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고 먹어도 괜찮은 양이 얼마인지도 발견하지 못했다.

카페인이 각각의 부작용에 대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표. 1998년 이후 발표된 메타 분석에서 보고된 다양한 부정적인 임신 결과에 대한 위험 증가 비율(95%CI)로 표현된 카페인 관련 교차비 요약

1) 유산

카페인과 유산에 대한 9건의 관찰 연구에서 8건의 연구가 카페인과 유산 위험 증가의 연관성을 보고했다. 카페인과 유산에 대한 메타 분석 결과에는 높은 수준의 일관성이 있었으며, 임신 중 하루에 카페인을 100mg 섭취할 때마다 위험이 7% 또는 14% 증가했다.

2) 사산

5개 연구 중 4개 연구의 결과가 대체로 일치했다.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는 임산부는 사산 위험이 2배, 3배, 5배로 증가할 수 있다고 다양하게 보고되었다. 특히 카페인 대사가 느린 경우에는 사산 위험이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루 카페인 섭취 100mg당 사산 위험 증가는 한 연구에서는 9%, 다른 연구에서는 19%로 보고되었다. 카페인과 사산의 연관성이 없다고 보고한 나머지 한 연구도 유산 위험은 크게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3) 저체중아(LBW) 및 임신 주수에 비해 작음(SGA)

임신한 설치류의 식단에 포함된 카페인이 태아 체중 감소에 기여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 발표된 연구 결과다. LBW와 SGA에 대한 13개 연구 중 2개를 제외한 모든 연구에서 LBW와 SGA 모두, 또는 둘 중 하나에 대한 카페인 관련 위험 증가가 보고되었다. 한 연구에서는 저체중아(LBW)에 대한 카페인 관련 위험이 산모의 알코올 섭취와 관련된 위험과 유사하다고 보고했다.

4) 조산

조산과 관련된 4건의 관찰 연구 중 2건은 관련이 있음을, 나머지 2건은 관련이 없다고 보고했다. 카페인과 조산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한 두 건의 연구를 살펴보면, 한 연구는 일일 카페인 섭취가 100mg 증가할 때마다 조산 위험이 28% 증가한다고 보고했고, 한 연구는 카페인 섭취량을 네 그룹으로 나누었을 때 카페인 섭취를 가장 많이 하는 그룹이 가장 적게 하는 그룹에 비해 조산 위험이 94%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5) 소아 급성 백혈병

카페인 관련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에 대한 사례 대조 연구 결과를 살펴보았을 때, 6건의 연구 중 3건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고하였다. 전반적인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한 3건의 연구 중 2건의 연구는 비흡연자이면서 카페인 섭취가 많은 경우에는 연관성을 인정했다. 흡연이 카페인 대사를 촉진하여 카페인의 영향을 낮춘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높은 산모 카페인 섭취는 65%의 ALL 위험 증가 및 58%의 AML 위험 증가가 보고되었고, 다른 최근 연구는 ALL에 대해 43%, AML에 대해 2.5배의 상당한 위험 증가를 보고하였다.

6) 아동 과체중 및 비만

동물 연구에 따르면 산모의 카페인 노출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통제 하에 대사 기능의 장기적인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 변화는 아데노신 조절에 영향을 미치며 태반 발현과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렙틴 수송에도 영향을 미친다. 5개의 연구 중 50년 전의 데이터를 사용한 한 연구를 제외한 4개의 연구는 산모의 카페인 섭취와 아동기 과체중, 비만, 비만 위험 증가 사이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 역시 카페인의 용량에 따라 위험이 증가했으며, 하루 카페인 150mg 이상을 섭취한 산모의 경우 자녀 비만 위험이 전반적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권고안이 느슨한 이유

이렇게 많은 연구들이 임신 중 카페인 섭취의 위험성을 보고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적당한 카페인 섭취는 태아에게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연구 또한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제임스(James) 연구팀은 커피 산업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1970년대 후반 FDA가 카페인을 안전한 식품 목록에서 제거하려고 하자 청량 음료 제조업체는 국제생명과학회(ILSI, International Life Sciences Institute) 설립에 자금을 지원했다.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ILSI는 공중 보건 정책에 전 세계적 영향을 끼쳤고, 카페인의 우려에 대응하는 데 동원되어 카페인이 태아 건강과 발달에 거의 또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물질로 묘사하는 출판물 작성을 지원했다. 그 반대의 연구는 통제되지 않은 변수가 있다는 둥,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둥 문제가 있다며 비판했다.

ILSI의 출판물들이 식약처, 세계보건기구 등에까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국가기관은 관련 산업이 위축될까봐 중대한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고, 학회의 경우는 자금줄과 결탁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발표된 연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연구과정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커피가 수유부에게 미치는 영향

다행히 임신 중 길어졌던 엄마의 카페인 반감기는 산후 첫주 내에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엄마가 섭취한 카페인은 모유에 1% 미만 포함된다.

대한모유수유의사회에서도 하루 카페인 300mg까지는 안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생아의 카페인 반감기는 매우 길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신생아의 카페인 반감기는 65~130시간이다. 신생아의 경우 카페인 분해 시스템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랬던 것이 5개월 이내 아기의 경우 반감기가 14시간 정도로 줄어든다.

여기에 더해 반감기는 카페인이 완전히 제거되는 시간이 아니다. 카페인 분해 시스템을 완전히 갖추고 있는 성인의 경우에도 카페인은 섭취 후 12시간이 지나야 90% 정도 제거된다. 이를 고려할 때 신생아의 몸에서 카페인이 완전히 없어지려면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위 사실들은 카페인이 신생아의 몸에서 일주일 넘게 잔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하루 한잔의 커피가 누적되면 신생아의 발달을 충분히 저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생아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을지라도 말이다.

결론

위와 같은 임신 중 카페인 섭취의 부정적인 효과도 문제지만, 카페인으로 인한 수면장애 문제는 더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성인들은 커피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는다 해도 보통 커피를 마시고 몇 시간 후, 카페인이 꽤 제거된 후에 잠자리에 눕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시간 수면장애를 겪는다.

이에 반해 24시간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 태아, 하루 16~17시간 잠을 자는 신생아들은 카페인을 섭취하는 직후부터 카페인이 제거되는 긴긴 시간 내내 수면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성인들도 한두시간 잠에 들지 못하면 괴로운데 아기들은 몇십 시간 단위로 수면장애를 겪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수면장애는 낮은 수면의 질을 포함한다.

수면장애로 인한 고통, 심각한 질병과의 연관성은 차치하더라도 아기는 잠을 잘 때 성장하는데 카페인은 수면을 방해함으로써 아기가 본래 가진 잠재력보다 덜 성장하게 만든다. 즉 카페인을 섭취해도 엄마와 아기 모두 대체로 건강하긴 할 테지만 적어도 아기가 덜 크는 것은 분명하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임산부와 수유부가 하루 몇 잔의 커피를 섭취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이제 답한다면,

가능한 한 먹지 않는 것이 좋으며 임신과 수유 초기에는 특히 먹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