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톤 다이어트 또는 키토 다이어트는 1920년대에 소아 뇌전증 환자를 위해 개발된 이후로 여러 가지 장점으로 인해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는 식이요법이다. 뇌전증 증상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빠르고 효과적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등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로 인해 체중을 감량하기 위해서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을 찾는 사람, 노화를 방지하고 젊음을 오래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 종교적인 이유로 얼마간의 금식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포스트에서는 케톤(ketone) 다이어트 또는 키토제닉(kitogenic) 다이어트는 실제로 체중 감량을 위한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인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케톤 다이어트란?
케톤 다이어트는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일종이다.
탄수화물이 적고 지방이 많은 식단을 섭취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건강 상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에서 나아가 탄수화물을 극도로 적게 섭취하는 다이어트 방식을 키토제닉 다이어트(ketogenic diet) 또는 케톤 다이어트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일일 총 칼로리의 평균 70~80%에 해당하는 지방, 10~20%의 단백질, 5~10%의 탄수화물이 케톤 다이어트 식단에 포함된다.
매끼니마다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거나 몸이 12시간 넘게 공복 상태에 있게 되면 우리 몸은 탄수화물 대신 몸 속에 저장되어 있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려고 하는 케톤증 또는 키토시스(ketosis) 상태가 된다.이때 간은 지방을 분해하여 케톤체를 생성한다. 케톤체는 아세트아세트산(아세트초산), β-하이드록시부티르산, 아세톤 등 세 가지 물질을 총칭하는 말이다. 아세톤은 호흡으로 배출되고, 나머지 두 물질은 포도당을 대신하여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케톤 다이어트는 식사량을 제한하는 대신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되 탄수화물의 비율만 줄인 것이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허기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또 인슐린 저항성도 낮추는 등 각종 건강 상의 이점이 많다는 소식에 케톤 다이어트는 한때 널리 유행했던 적이 있다.
케톤 다이어트의 효과, 장점
빠르고 효과적인 체중 감량
2013년 캠브릿지 대학교의 연구팀이 무작위 대조 실험들을 메타분석한 결과 케톤 다이어트는 일관적으로 훨씬 더 큰 체중 감소를 불러온다고 결론내렸다.
케톤 다이어트가 특별히 체중 감량 효과가 큰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몇 가지 가설은 아래와 같다.
- 저탄고지 식단의 높은 포만감 효과
- 케톤체의 식욕 억제 작용
- 지방 생성 감소 및 지방 분해 증가
- 대사 비용의 증가
인슐린 저항성 감소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에 세포가 반응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설탕과 같은 단순당 섭취, 지방 세포가 증가한 상태가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킨다.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혈당이 높게 유지되어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케톤 다이어트를 하면 탄수화물 섭취가 제한되기 때문에 혈당이 일관되게 낮은 농도를 유지한다. 따라서 혈당을 낮추는 작용을 하는 인슐린이 할 일이 없어지게 되고, 인슐린 수치가 낮아진다.
2023년 Samantha의 연구에서도 케톤 다이어트는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 연구는 12개의 임상시험을 분석했고, 모든 실험에서 혈당의 조절이 현저하게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다만 이미 당뇨병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가 케톤 다이어트를 하면 저혈당증에 빠질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항산화 및 항염증, 신경 보호 효과
2018년 SCIE 국제저널 Antioxidant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케톤 다이어트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및 산화 스트레스 감소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케톤체 중 하나인 β-하이드록시부티르산(βHB)이 활성산소를 감소시켜 미토콘드리아 호흡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케톤 다이어트는 퍼옥시솜 증식 인자 활성화 수용체 감마(PPARγ)의 활성화와 전신 염증의 감소와 관련이 있다. 케톤 다이어트로 인한 높은 농도의 β-하이드록시부티르산(βHB)은 하이드록시-카르복실산 수용체 2(HCA2)를 활성화하여 염증을 낮춘다. 게다가 βHB는 운반체 MCT1의 특이적인 발현 덕분에 혈액 뇌 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어서 뇌의 신경염증도 낮춘다.
2022년 AIMS Public Health에 실린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케톤 다이어트가 경증에서 중증 알츠하이머병에 이르는 환자들의 인지 능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발견했다. 개선의 원인을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케토시스에 도달하면 경증에서 중증 알츠하이머병, 또는 경증에서 중등도의 인지 장애에 이르는 환자에서 인지 개선이 관찰된다는 데에는 여러 연구가 대부분 동의했다.
이외에도 케톤 다이어트가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 케톤 다이어트가 원래 간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만큼, 이같은 케톤 다이어트의 신경 보호 효과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오토파지 활성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케톤 다이어트의 효과는 대사 측면에서 단식의 효과와 비슷한 점이 있다. 단식은 오토파지를 유도하는 강력한 인자이기 때문에 케톤 다이어트 역시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가설이 세워질 수 있다.
2020년 캠브릿지 대학교의 연구는 케톤 생성 식단이 mTORC1의 하향 조절, AMP 활성화 키나제의 활성화, 유리 지방산의 증가, Sirtuin 1의 활성화 및 HIF1α 발현의 증가와 같은 적어도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뇌 세포에서 자가포식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30마리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케톤 다이어트를 한 쥐는 뇌의 해마와 전두엽 피질에서 자가포식소체의 지표인 LC3 II 단백질의 수준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폴란드 카토비체 실레지아 대학교의 연구는 특히 케톤 생성 식단을 주로 식물성 지방으로 구성한 경우에 동물성 지방으로 구성했을 때보다 자가포식의 지표가 더 많이 관찰됨을 발견했다.
간 질환 위험 감소
케톤 다이어트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면 케톤 다이어트가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말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간에 이상이 있으면 케톤 다이어트가 문제가 되는 것은 맞는데 케톤 다이어트가 간에 무리를 준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Cureus 학술지에 실린 한 사례에서는 케톤 다이어트가 잠재적인 지방간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는데, 이 연구는 폭식 장애와 1급 비만 병력이 있고 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클로나제팜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한 명에 대한 사례연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있는 연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2020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는 케톤 다이어트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에 효과적인 치료법이며, 6일 간의 케톤 다이어트가 간 지방 함량과 간 인슐린 저항성을 현저하게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2021년 강북 삼성병원의 연구에서는 지방간이 없고 간 섬유화 가능성이 낮은 한국인 153,076명을 대상으로 4.1년 동안 추적 조사를 실시했을 때, 혈중 케톤수치가 높은 사람은 지방간이나 간 섬유화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혈중 케톤이 지방간 위험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케톤체가 항산화 물질을 증가시켜서 간 내 염증 감소에 도움을 주어 결과적으로 간 섬유화 진행을 예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