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두통, 무력감, 메스꺼움, 변비
케톤 다이어트를 처음 시작하면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대사하는 것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피로, 두통, 무력감, 메스꺼움, 변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감기 증상과 유사하다 하여 이같은 부작용을 키토플루(케토 독감)이라 부른다. 탄수화물 섭취가 제한되고 글리코겐 저장량이 고갈됨에 따라 신체의 나트륨과 체액이 빠르게 배설된 결과다. 따라서 소금과 물을 보충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키토플루는 케톤 다이어트 초기 1~2주 정도만 지속되는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케톤산증
케톤산증(ketoacidosis)은 혈중 케톤체의 농도가 너무 많이 높아져 혈액이 산성화되는 질환이다.
케톤체는 아세트아세트산(아세트초산), β-하이드록시부티르산, 아세톤 세 가지 물질의 총칭이라 하였다. 이 중 아세트아세트산(아세트초산), β-하이드록시부티르산은 산성이 강한 물질이다.
케톤산증은 주로 제 1형 당뇨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급성 합병증이다.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유전 또는 감염의 문제로 인슐린 생성이 안 되어서 세포 속에 포도당을 정상적으로 유입시키지 못한다. 때문에 에너지가 필요해지면 지방을 대사하여 케톤체를 과다하게 생성한다. 과다한 케톤체는 혈액을 산성화시켜 사람을 혼수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으며 심하면 생명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위 사례보고와 같이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서 케톤 다이어트로 인한 케톤산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드물다. 이 사례의 53세 여성 환자는 22일간 고기와 계란만을 섭취하는 무탄수화물 식단으로 케톤 다이어트를 진행했었고, 5% 포도당이 포함된 수액 주사만으로 증상이 크게 호전되었다.
이처럼 케톤 다이어트로 인해 케톤산증이 유발된 사례들은 대부분 탄수화물 섭취를 너무 극단적으로 제한한 것이 문제였다.
당뇨병의 소인이 없는 사람들은 하루 100g 정도 최소한의 탄수화물 섭취만으로도 케톤산증을 예방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 및 영양 불균형
케톤 다이어트로 인해 탄수화물을 제한하다 보면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다양한 식품을 먹을 수 없다. 설탕과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것은 이롭지만 콩, 통곡류, 과일, 다양한 야채까지 제한하면 프리바이오틱스,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할 수 없다. 따라서 장내 미생물 생태계도 다양성이 떨어지게 되고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콜레스테롤 증가, 심혈관 질환 위험
케톤 다이어트가 고함량의 지방을 섭취하는 다이어트인 만큼, 고지혈증이나 콜레스테롤 증가와 같은 부작용이 자연스레 걱정이 될 것이다.
위 두 연구를 포함하여 여러 건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케톤 다이어트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것이 맞고, 특히 저밀도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이는 것도 맞다.
그러나 동시에 케톤 다이어트는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중성지방(Triglyceride, TG) 수치를 낮춘다. 이같은 변화는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
2008년 브라질 Protasio의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HDL 콜레스테롤 대비 중성지방의 비율(TG/HDL)은 광범위한 관상동맥 질환을 예측한다. 중성지방이 많고 HDL이 적을수록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이 연구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총 콜레스테롤 수치는 관상동맥 질환 위험과 의미있는 연관성이 없었다.
또한 2021년의 위 연구에서와 같이 케톤 다이어트는 총 LDL 콜레스테롤 입자 중에서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L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킨다. 입자가 큰 LDL 콜레스테롤은 심혈관 질환 위험과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케톤 다이어트로 인한 콜레스테롤 증가는 크게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2021년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4주 간의 케톤 다이어트가 총 LDL 콜레스테롤, 입자가 큰 LDL 콜레스테롤, 입자가 작은 LDL 콜레스테롤을 모두 증가시켰다. 미량이지만 중성지방까지 증가시키기도 했다. 이 연구는 연구기간이 짧다는 제한점이 있지만 다른 연구들과 달리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했다는 점에서 케톤 다이어트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2023년 미국심장학회(ACC)에서 발표된 연구는 영국 바이오뱅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케톤 다이어트는 LDL 콜레스테롤 및 아포지단백B(apoB)의 높은 수준,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케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중에 LDL 콜레스테롤이 가장 높은 사람은 표준 식단을 먹으면서 LDL 콜레스테롤이 낮은 사람에 비해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이 6배 이상 높았다. 주목할 점은, 표준 식단을 먹으면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ASCVD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참여자들이 케톤 다이어트를 간헐적으로 수행했고 음식 섭취량 측정을 전적으로 참여자의 설문에 의존한 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고 주로 백인을 대상으로 했으며 참여자의 73%가 여성인 것이 보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한점이 있다.
과정이 길었지만 케톤 다이어트와 콜레스테롤의 관계에 대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해 보자면, 케톤 다이어트는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 측면에서는 심혈관 질환에 유익한 것으로 보이지만 LDL 콜레스테롤 측면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남아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