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고양이는 톡소플라즈마가 없을까? 국내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감염 실태 비교

이번 포스트에서는 우리나라 고양이들의 톡소플라즈마(톡소포자충) 감염 실태에 대해 알아보고,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감염 실태를 비교하여 일상생활에서 얼마만큼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포스트에서는 길고양이의 톡소플라즈마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뤘습니다. 톡소플라즈마의 위험성(유산, 사산, 기형, 조현병, 실명 등)에 대한 지난 글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국내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톡소플라즈마 감염 실태

다음은 국내에서 길고양이나 집고양이의 톡소플라즈마 항체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연도순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연도는 조사시점이 아니라 연구 발표 시점을 기준을 하였으며 2000년 이전의 조사는 주로 부정확한 검사 방법인 ILA(간접라텍스응집반응)를 사용했기에 표에서 제외했습니다. 연도와 지역이 같은 자료는 같은 연구의 자료입니다.

국내 길고양이의 톡소플라즈마 감염실태

연도실험 대상항체 양성률
1999진주 길고양이 198마리13.1%
2008경기 길고양이 174마리16.1%
2010서울 길고양이 72마리38.9%
2012대전 길고양이 217마리15.7%
2015서울근교 길고양이 분변 3004.7%
2019전국 길고양이 403마리14.1%
2019제주 길고양이 93마리17.2%
2024김포 길고양이 237마리21.9%

여기서 2015년의 조사 결과만 항체 양성률이 낮은데, 이는 직접적으로 고양이의 혈액을 체취하여 검사한 것이 아니라 분변을 검사한 자료라서 성격이 조금 다른 것입니다. 톡소플라즈마 급성 감염 시기가 아니면 고양이의 분변에는 항체가 검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5년 연구를 제외하면 전국 공통적으로 길고양이의 톡소플라즈마 항체 양성률은 최소 13% 이상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revalence of Toxoplasma gondii infection in stray and household cats in regions of Seoul, Korea 논문 캡쳐
Prevalence of Toxoplasma gondii infection in stray and household cats in regions of Seoul, Korea

특히 2010년의 국립보건원과 가톨릭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서울 지역의 길고양이 항체 양성률이 38.9%로 매우 높습니다. 표본이 72마리로 적긴 하지만 서울의 중랑구, 노원구, 동대문구, 강남구, 광진구, 성북구, 도봉구, 송파구, 강북구 등 총 9개 지역에서 중성화 수술을 위해 잡은 길고양이를 여러 동물병원에서 골고루 검사한 것임에도 이렇게 높은 항체 보유율을 보인 것은 상당히 주의해야 할 결과입니다. 서울 길고양이 10마리 중 4마리는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상태거나 감염된 적이 있는 상태였다고 보면 되는 것입니다.

국내 집고양이의 톡소플라즈마 감염실태

연도실험 대상항체 양성률
2010서울 집고양이 80마리0%
2013서울 집고양이 474마리2.2%
2019전국 집고양이 909마리2.3%
2019제주 집고양이 109마리11.0%

길고양이의 톡소플라즈마 항체 양성률에 비하면 집고양이의 항체 양성률은 매우 낮습니다. 특히 2010년의 연구에서 서울 집고양이는 항체 양성률이 0%인데, 이는 같은 연구에서 길고양이의 항체 양성률이 38.9%로 나온 것과 대조적입니다.

2013년 연구에서 항체가 검출된 2.2%의 집고양이도 대부분 길고양이 출신이었으니 태어날 때부터 집에서만 자란 고양이는 항체 양성률이 이보다 더 낮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 집고양이의 항체 양성률은 11%로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는 제주도의 주택 거주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 고양이를 마당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은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로 추측됩니다.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의 톡소플라즈마 감염률 차이

톡소플라즈마의 감염은 고양이 분변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아니라도 익히지 않은 고기와 오염된 토양과 물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의 고양이에 비해 지방의 톡소플라즈마 감염이 많을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보면 서울과 수도권의 길고양이가 오히려 톡소플라즈마에 더 많이 감염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고양이 양육 가구 수, 그에 따른 유기묘 증가, 결과적으로 길고양이 개체 수 및 밀집도가 증가하는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추측됩니다.

정리하자면 서울과 수도권의 길고양이 톡소플라즈마 감염률은 지방보다 오히려 더 높지만 집고양이의 경우에는 제주도처럼 주택에서 생활하는 고양이가 많아 감염률이 지방이 더 높습니다.

국내 한국인의 톡소플라즈마 감염 실태

다음은 국내 거주하는 주민들의 톡소플라즈마 항체 양성률을 연도별로 정리한 표입니다. 모든 자료는 논문 원문을 통해 재확인하였으며, 원문을 확인할 수 없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는 제외했습니다.

연도실험 대상항체 양성률
2000옥천 주민 1,109명6.9%
2000제주 고등학생 4,570명5.5%
2000제주 성인 474명12.9%
2001제주 가임여성교사 327명3.8%
2003전국 일반인 516명6.2%
2005강남성모병원 임신여성 5725명0.88%
2009전국 군입대자 615명5.8%
2009대전 1265명6.7%
2012인천 강화군 성인 1232명(1차)15.8%
2012인천 강화군 성인 1296명(2차)25.8%
2012서울 1114명8.0%
2012제주 1036명11.3%
2021강원 철원군 661명19.5%
2021인천 강화군 552명28.1%
2021강원 고성군 305명35.7%

표에서 정리된 바를 보면 국내 주민들의 톡소플라즈마 항체 양성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5년의 특이하게 낮은 양성률은 강남성모병원 임산부들의 교육 수준과 위생 관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길고양이의 양성률이 수도권에서 더 높은 것과 달리 사람의 양성률은 지방에서 훨씬 더 높습니다. 이는 지방의 환경 문제보다 고령화가 문제일 수 있습니다. 톡소플라즈마는 한번의 급성 감염 이후에 브래디조이트 형태로 일생 동안 숙주의 몸에 머무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항체 양성률이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2021년의 연구에서 강화군, 철원군, 고성군의 양성률이 특히 높은 것은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입니다.
강원도 철원군은 DMZ(비무장지대)와 접해 있어 야생동물의 접근이 많고 상당한 고령화가 진행된 것이 그 이유라고 짐작이 됩니다.
고성군은 매년 피서철마다 수천마리의 강아지, 고양이가 유기되고 있어 톡소플라즈마에 의한 토양과 물의 오염이 증가하는 것이 양성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보입니다.

2012년 강화군의 연구는 1년 간격으로 두 번 조사가 진행되었는데, 항체 양성률이 15.8%에서 1년만에 25.8%로 급증했습니다. 이것은 고양이와 관련이 있다기보단 어떤 계기에 의해 주민들이 오염된 음식을 섭취하여 톡소플라즈마가 한꺼번에 확산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표를 보면 전반적으로 섬 지역에서 톡소플라즈마 감염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고양이, 다른 야생동물, 상수 처리 시설, 음식 문화 등 여러 가지 요인 중에서 무엇 때문인지 파악하는 것이 공중 보건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되겠습니다.

집고양이는 톡소플라즈마 위험으로부터 안전한가?

길고양이에 비해 집고양이는 일반적으로 톡소플라즈마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것을 통계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고양이의 항체 검사를 진행한 후 항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집에서만 기른다면 전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음에 주의할 필요는 있습니다.

  • 입양 과정
  • 양육 방식
  • 양육 환경

입양 과정에 따른 위험성

고양이가 길고양이 출신이거나, 고양이의 모체가 길고양이 출신이라면 톡소플라즈마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양육하는 사람 역시 감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톡소플라즈마 급성 감염 시기가 지나면 고양이의 분변을 통해 감염력이 있는 톡소플라즈마가 배출되지 않는 것은 맞습니다. 국내의 전문가들, 주로 수의사들이 이러한 주장을 강하게 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톡소플라즈마는 숙주의 일생 동안 잠복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급성 감염 시기 이후 면역력을 갖춘 숙주에서 톡소플라즈마는 활동하지 않지만, 숙주가 노화, 질병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될 때 톡소플라즈마는 언제든지 다시 급성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수명은 사람보다 짧으므로 고양이를 양육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노화하여 면역력이 떨어진 고양이를 마주하게 됩니다.

양육 방식에 따른 위험성

보통 집에서만 지내는 고양이라도 익히지 않은 날고기를 음식으로 먹으면 위험합니다. 고양이는 원래 육식 동물이라는 이유로 생고기를 먹이로 주는 양육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축은 톡소플라즈마의 위험이 적은 편이지만 톡소플라즈마 검사를 받은 적 없는 수입산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고양이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깥 산책을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야외에서 설치류나 조류를 사냥하거나 다른 고양이의 분변에 접촉한다면 톡소플라즈마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양육 환경에 따른 위험성

고양이가 주택에 살아 마당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면 작은 동물을 사냥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는 집고양이의 톡소플라즈마 감염률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드문 경우지만 집 안에 쥐가 돌아다닌다면 그것 또한 위험 요인이 됩니다.

주인이 고양이 분변을 며칠 동안 방치하는 것도 톡소플라즈마 오오시스트가 성장하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위험한 행위입니다. 고양이 분변은 항상 곧바로 청소하여 깨끗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길고양이는 톡소플라즈마와 관련하여 얼마나 위험한가?

집고양이보다 길고양이가 훨씬 톡소플라즈마 감염률이 높은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길고양이 근처에도 가까이 가지 말고 도망다니라는 것은 아닙니다. 공기를 통해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위 조사 결과들을 보더라도 어떤 지역의 길고양이 감염률이 높다고 해서 그 지역 주민의 감염률이 꼭 높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길고양이가 거주지 주변에 있다면 여전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감염된 고양이 개체 수가 많으면 더 많은 토양과 물, 동식물이 톡소플라즈마에 오염됩니다.

고양이는 그루밍으로 스스로를 관리하는 청결한 동물이지만 발바닥과 털에 일시적으로 톡소플라즈마가 묻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Relationship Between Cat Contact and Infection by Toxoplasma gondii in Humans A Meta-Analysis 논문 캡쳐
Relationship Between Cat Contact and Infection by Toxoplasma gondii in Humans A Meta-Analysis

2016년 메타분석 연구는 고양이와의 접촉이 톡소플라즈마 감염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46건의 논문을 검토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톡소플라즈마 감염 위험은 고양이 접촉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고, 고양이와 접촉이 있을 경우 감염 위험은 42.1~55.8%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길고양이와 접촉하는 것에 주의해야 하며, 접촉했다면 손을 깨끗하게 씻고 옷까지 세탁해 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여기까지 국내의 고양이와 사람의 톡소플라즈마 감염 실태를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과학적 논리를 밝히기보다 다수의 통계 자료를 다루어야 했기 때문에 각 자료의 출처를 하나씩 밝히고 소개하는 과정은 생략했습니다. 생각보다 톡소플라즈마 감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고 그 심각성에 대해 꽤 예전부터 경고해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사람과 고양이의 톡소플라즈마 감염률이 80%를 넘어가는 국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에는 톡소플라즈마 감염률이 80% 이상으로 보고되고 있어, 임산부에게 큰 위험이 되기 때문에 모든 임산부는 톡소플라즈마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프랑스에서 톡소플라즈마로 인해 태아에게 중증 이상이 생길 확률은 전체 임산부 만 명당 1~2명 정도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최근 유기묘의 증가, 감염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톡소플라즈마가 얼마나 어떻게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기생충인지 이해하고 주의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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